[일본 교환학생] 끝나고 나서 시작하는 기록물

6개월간의 일본 교환학생을 마치며

[일본 교환학생] 끝나고 나서 시작하는 기록물
Photo by Christian Chen / Unsplash

글을 시작하기 앞서 변명의 말을 조금 하자면.. 원래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기록을 하고자 했었는데.. 노느라공부하느라 글을 작성할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글을 작성할 시간에 차라리 외국인 유학생들과 더 추억의 시간을 가지자! 라고 생각하여 미루고 미룬 결과.. 귀국을 하고 한국에 와버렸다.다행히 추억은 많이 만들었다

귀국을 했다고 해서 내 교환학생 스토리를 머릿속에만 남기기는 아깝기도 하고 언제 다시 해볼지 모르는 경험에 대한 정리 및 추억팔이도 할 겸 다시 부지런하게 손가락을 움직여보고자 한다.



1. 성공적인 교환학생 생활

시로야마 전망대에서 바라본 사쿠라지마

한국에서 출발하기 몇 주 전부터 일본 교환학생에 대한 오만가지 블로그 글들을 찾아보고 여러가지 후기도 찾아보고 꼭 해야할 일 등의 팁도 찾아봤었다. 한국을 떠나서 살아본다는 것이 처음이기도 했고 가서 외롭지는 않을까 적응을 못하지는 않을까 온갖 걱정을 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만족스럽고 성공적인 교환학생을 갔다왔다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인생에서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하고 왔다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해외의 경험은 남은 인생동안 언제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똑같은 해외 경험이라고 할지라도 학생신분으로 일본 가고시마에서 학부생 수업을 들으면서 다양한 국가의 가족같은 친구들과 같이 유학생활을 해보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귀국을 해버렸지만 다시 한번 가고시마에서 같은 친구들과 유학생활을 할 수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비행기에 오를 것이다.


2. 나쁘지 않은 성적

공학부에서 받은 성적표

아직 어학 수업 성적은 나오지 않았지만 학부 수업의 성적은 나왔다.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공학, 프로그래밍 언어 및 실습, 영상처리 4과목의 학부 수업을 들었는데 영상처리는 B가 나왔고 나머지는 A가 나왔다. 사실 B나 C가 섞여 있을 줄 알았는데 하나 빼고 전부 A가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사실 A를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이유가 어차피 한국 학교에서는 교환학생에서 들었던 수업이 P/F 방식으로 기록이 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매 수업마다 레포트를 일본어로 작성해서 제출해야 했고 기말 레포트 또한 일본어로 작성해서 제출을 해야했기 때문에 교수님의 평가 기준에 조금 미흡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꽤 괜찮은 성적을 받아서 사실 기분이 좋다. 물론 성적표에는 그냥 P로만 들어간다.그래도 기분이는 좋잖아..


3. 잊을 수 없는 추억

크리스마스 전날 회관 로비

사실 교환학생을 하면서 공부만 할 생각이라면 그냥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유학생활 도중 펑펑 놀 수는 없지만 그래도 원래 살던 곳이랑은 다른 곳에 왔고 많은 경험을 해봐야 비로소 교환학생을 성공적으로 갔다왔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 살면서 정말 많은 외국인 유학생 친구들을 만났다. 엄청 다양한 국가에서 가고시마 대학교로 유학을 왔고, 그 중 대부분은 가고시마 대학 내 국제교류회관이라는 곳에 살았다. 회관에 살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1층에 로비가 있어서 모두가 한 곳에 모여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같이 공부를 하기도 하는 거실 같은 공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매일 저녁만 되면 다들 모여서 밀린 과제를 하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하고 카드게임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었다.물론 후반에는 관리인의 제지가 있어서 좀 힘들긴 했지만..

매일 수업이 끝나고 나면 다같이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했었고, 밥을 먹고 나서는 산책을 할 겸 같이 자전거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하였다. 또한 주말에는 다들 로비에 모여서 음식과 맥주를 갖다놓고 파티를 하기도 하였고, 다같이 카라오케나 이자카야에 가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그때 당시에는 이것들이 평범한 일상이었고 항상 끝나고 나면, "다음에는 뭐하면서 시간을 보내 볼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다음이라는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한명한명 한국에 놀러오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내가 직접 그 나라로 가서 만날 수는 있지만, 모두가 다같이 한 곳에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엄청난 큰 계기가 아니면 어렵지 않을까.

결국에는 이 모든 것들이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고 말았다.


4. 갑자기 생긴 두려움

위에서 주구장창 추억팔이를 했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고 써뒀지만, 귀국하고 나서 생긴 부작용이 있다. 바로 누군가와 헤어지는 것이 슬프기보다 두려워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에 살면서는 아무리 멀리 사는 인연이라고 할지라도 계기만 있으면 서로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헤어지더라도, "다음에 기회되면 다시 보자!" 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교환학생 중 만난 인연들은 한번 헤어지면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죽을 때 까지 단 한 번도 다시 못 만나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생각보다 친구들과 깊게 친해졌지만 결국에 본인들이 사는 나라로 돌아가야만 했고, 화기애애했던 회관 로비에서의 일상은 더 이상 일상이 아니게 되었다.

이게 본인에게는 굉장한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내가 꿈을 꾸었나.

정말 6개월이라는 시간이 막 꿈에서 깬 것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인생에서 가장 신선하고 값진 경험이었으며, 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누군가가 교환학생을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한다면 기회있을 때 꼭 가보라고 하고싶다.

어쩌면 인생에 한번 뿐인 경험을 하고 오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사쿠라지마행 배를 타며 바라본 가고시마 시내